그야말로 ‘커피 전성 시대’다. 주요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 골목 골목에도 커피숍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 수가 자그마치 2017년 하반기 기준 9만여개로 편의점보다 더 많다고 한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으로 이어지는 식생활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에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된지는 꽤 오래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의 성인 1명 당 연 커피 소비량은 약 377잔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셈.
다양한 홈카페 용품의 등장
이러한 커피 시장의 호황은 스페셜티 커피 열풍과 홈카페 용품들의 등장으로 또 하나의 방점을 찍고 있다. 커피 소비가 늘면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소비자의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자연스레 홈로스터나 스페셜티 원두, 브루잉 도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컨텐츠에서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커피 브루잉 도구 몇 가지를 바리스타룰스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나만의 홈브루잉 도구로 정성어린 커피를 만든다면, 여느 유명한 카페의 커피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쓴맛이 강하지만 부드러운 바디감, 사이폰
브루잉 방식으로 유명한 카페에 가보면 마치 과학실의 실험도구를 연상케 하는 추출 도구를 발견할 수 있다. 커피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브루잉 도구인 ‘사이폰(Syphon 또는 Siphon)’이다. 일본의 커피회사 브랜드 이름에서 유래한 사이폰의 정식 명칭은 ‘진공식 커피포트(Vacuum Coffee Pot)’지만 대개는 사이폰으로 통용하여 부르곤 한다.
증기압을 이용하여 커피를 우려내는 사이폰
사이폰은 물을 담는 하부 플라스크와 커피가루를 담는 상부 로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플라스크 안의 물을 가열하여 생긴 증기압을 통해 커피를 추출하는 원리다. 물을 플라스크에 넣고 끓이면 증기압으로 물이 커피가루가 있던 상부 로드로 이동한다. 이 때 2~3회 정도 나무 스틱으로 물과 섞인 커피를 저어준 후 불을 끄면 잘 우려진 커피 추출액이 필터를 거쳐 다시 플라스크로 내려오게 된다. 하부 플라스크에 있던 수증기가 액화하면서 진공이 형성되기 때문인데, 이 사이폰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중력을 무시하듯 위아래로 커피와 물이 오르내리는 모습에 신기함을 표하기도 한다.
이 사이폰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로드와 플라스크는 물이 끓기 전까지는 비스듬히 놓아야 한다. 처음부터 로드로 플라스크 입구를 막고 끓이게 되면 물이 다 끓기도 전에 로드로 물이 올라오게 때문이니 유의해서 추출해야 한다. 그리고 알코올 램프를 사용하여 물을 가열하기 때문에 추출하는 과정에서 화상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 불씨를 직접 사용하는 만큼 안전이 항상 동반되어야 하며, 가열한 플라스크를 직접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커피의 매력을 오롯하게, 프렌치프레스
‘커피 프레스(Coffee Press)’, ‘플런저(Plunger)’, ‘프레스 포트(Press Pot)’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프렌치프레스(French Press)’의 어원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는 끓이지 않고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1929년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아틸리오 칼리마니(Attilio Calimani)’가 오늘날 프렌치프레스의 형태를 고안해 특허를 냈다. 막상 이탈리아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프랑스의 마틴사에서 ‘멜리어(Melior)’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되어 1950년대와 1960년대 프랑스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유행에 힘입어 프렌치프레스라는 별명이 생겨났고 오늘날 이 도구를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커피의 깊은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프렌치 프레스
프렌치프레스는 다른 브루잉 도구들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한잔의 커피를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커피의 맛과 향을 위해 정확한 시간 측정에 의해 브루잉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보자는 스톱워치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먼저 뜨거운 물을 부어 프렌치프레스를 예열한 후, 커피 가루와 물을 넣고 나무 스틱으로 잘 저어준다. 그 후 3~4분가량 커피를 우려낸 후 천천히 플런저를 누르면 커피가 추출된다. 이 때 세게 누르면 오히려 커피 찌꺼기가 역류할 수 있으니 잘 조절하여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프렌치프레스는 커피를 우려낸 후 찌꺼기만 걸러내는 원리이기 때문에 커피의 향미나 오일 성분이 모두 추출되어 바디가 묵직하고 향이 풍부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커피를 오래 추출할 경우 잡미가 생길 수 있으니 3~4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내리는 사람에 따라 물을 여러 번 나누어 붓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개인마다 내리는 방식의 차이다. 필터를 통과하는 찌꺼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두는 비교적 굵게 갈아주는 것이 좋다.
주사기와 같은 원리로 빠르고 깔끔하게, 에어로프레스
앞서 사이폰이 과학실을 연상케 했다면, 병원이나 약국을 연상케 하는 추출 도구도 있다. 큰 주사기의 형태를 갖춘 ‘에어로프레스(Aeropress)’는 그 생김새처럼 주사기의 공기압 원리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로, 2005년 ‘에어로비(Aerobie)’사의 대표 ‘앨런 애들러(Alan Adler)’에 의해 개발되었다. 에어로프레스는 커피를 우려낸 후 공기압을 이용하여 추출하기 때문에 ‘우려내기’와 ‘가압추출법’이 혼합된 브루잉 도구로 볼 수 있다.
주사기 형태를 갖춘 ‘에어로프레스
겉모습만 봐서는 사용법이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간단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먼저 필터캡에 마이크로 필터를 끼워 ‘챔버(Chamber; 주사기 실린더)에 장착한다. 그 후. 에어로프레스 본체에 피스톤을 결합하고 분쇄한 커피 가루를 넣어준다. 이후 물을 붓고 2분 정도 우려내며, 우려내는 중 2~3번 정도 스틱을 활용해 잘 저어준다. 그 후 피스톤을 20초간 천천히 눌러주면서 추출하면 커피가 완성되며, 기호에 따라 물로 농도를 조절한다.
프렌치프레스와 마찬가지로 에어로프레스 역시 쉽고 빠르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프렌치프레스와 필터 커피의 장점을 모두 갖춘 추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커피 향과 깔끔한 바디가 특징이며 세척이 간편하기 때문에 가정이나 야외에서 모두 사용하기 편리한 일석이조의 브루잉 도구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같은 진한 맛, 모카포트
에어로프레스가 공기압을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했다면, 모카포트는 가열한 물의 증기압을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브루잉 도구다. 1933년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티(Alfonso Bialetti)’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전통적으로는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열 전이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나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모카포트
모카포트는 물을 끓이는 스토브와 원두 가루를 넣는 바스켓, 하부의 보일러, 그리고 상부의 포트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 추출 시, 보일러에 물을 안전선까지 붓고, 원두 가루를 바스켓에 넣고 평평하게 해주어 결합한다. 원두에 물이 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 때 과도하게 누를 경우, 커피 추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상부 포트를 단단히 결합한 후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이며, 포트에서 칙칙 소리가 나면 추출이 완료된다.
이 모카포트는 국내에선 아직 흔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인기가 많은 브루잉 도구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한 집에 한 대 꼴로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좋다고 한다. 증기압을 이용한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유사한 원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에 준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물을 아주 뜨겁게 끓였기 때문에 간혹 탄 맛이나 강한 쓴 맛이 날 수 있다. 여담으로 이 모카포트를 이용해 내린 커피를 ‘모카커피’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으나, 이는 예멘의 ‘모카커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간편하고 똑똑한 핸드드립, 클레버
마지막으로 소개할 브루잉 도구는 드리퍼의 한 종류인 ‘클레버(Clever)’다. 일반적인 드리퍼와 유사하게 생겼으나 ‘영리한’이라는 영어 뜻처럼 클레버는 다른 드리퍼와 다른 똑똑함을 갖추었다. 핸드드립에 프렌치프레스의 원리를 적용한 클레버는 다른 드리퍼와 달리 침출식 드립이 가능하다. 다른 드리퍼들은 물이 커피가루를 거쳐 여과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반해 클레버는 별도의 막음 장치가 있어 여과 조절이 가능하다. 서버나 커피잔에 올려놓을 때만 물이 빠지게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을 부어주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추출 방법도 간단할 뿐 아니라 커피의 맛도 균일하고 깔끔한 편에 속한다. 다만, 추출 시 커피 가루와 물을 잘 저어주고 추출 시간을 잘 유지해 주어야 커피에 군더더기 맛이 생기지 않는다. 대개 2분 30초에서 3분 정도 추출하며, 최소 3번 이상 저어주는 것이 좋다. 침출식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원두는 잡미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굵게 분쇄한다.
5가지 추출 도구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하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이니 실제 브루잉 시에는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려보도록 하자.
이미지 | 추출 방식 | 추출 시간 | 맛과 향미 | 주의 사항 | |
사이폰 | 진공식 | 약 3분 | 강한 쓴맛, 부드러운 바디감 |
화재 및 화상에 유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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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프레스 |
침출식 | 약 3~4분 |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 오래 추출 시, 잡미가 발생할 수 있다. |
|
에어로 프레스 |
침출식 & 가압식 |
약 2분 | 산미가 풍부한 편 약한 바디감 |
플런저를 약 20초간 천천히 눌러준다. |
|
모카포트 | 가압식 | 칙칙 소리가 날 때까지 추출한다. |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바디감 |
바스켓에 원두를 세게 누르지 않도록 유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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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버 | 침출식 & 여과식 |
약 2분 30초~3분 | 깔끔하고 가벼운 바디감 |
최소 3번 이상 저어주는게 좋다. |
오늘 소개한 5가지 추출 도구 외에도 다른 도구를 활용하여 다양한 맛과 향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커피 시장은 계속 발전해 갈 테니, 또 어떤 추출 도구가 만들어질지 기대도된다. 하지만 근본은 맛있는 커피를 위한 정성 어린 열정이라는 것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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