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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게이샤 커피 이야기

by 볼빨간도깨비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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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게이샤’란 이름의 커피 그 맛에 처음 놀라고 다음 그 가격에 놀랍게 됩니다. 그 화려한 이름과 스토리들 그리고 다양한 찬사와 수식어까지 ‘게이샤’는 커피의 제3의 물결을 이끄는 독보적인 주인공이 분명합니다.

  1. 파나나 게이샤의 기원
    본래 파나마 게이샤는 에티오피아가 기원입니다. 1930년대 에티오피아 카파지역 게챠(Gesha)숲에서 자라던 커피 원종(T2722)을 케냐농업연구소에서 채집합니다. 이 커피는 당시 농장에 커다란 재앙이었던 커피 녹병에 저항력이 있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 개량됩니다. 이 품종은 맛이 특별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커피 녹병에 강한 품종으로 키워져 20년 후쯤 인근 국가로 보내집니다. 우간다, 탄자니아, 코스타리카 등지로 보내졌고, 파나마에도 커피 녹병에 강한 품종을 찾던 터라 이 품종을 구해 여러 곳에 심게 됩니다. 하지만 그 특별할 게 없는 맛과 저조한 수확량(열매가 아주 조금 달림) 덕분에 상품화엔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피터슨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길러진 이 특별한 품종은 커피 품평회에 나가 신화를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어디서 온 지 몰랐던 이 특별한 커피는 사상 최고가에 낙찰되며 지그까지도 매해 새로운 낙찰가로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게이샤 커피가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 수확량이 상당히 적습니다. 나무의 가지에서 아주 소량만 열립니다. 유명세와 비싼 가격이 이것을 대신하고도 남긴 합니다만 그 조금 나오는 물량을 아시아의 커피 애호가들(일본, 중국, 한국)이 싹 쓸어 간답니다.

  1. 게이샤의 등급과 가격
    게이샤 등급은 에스메랄다 농장을 한정해서 이야기 하는 게 맞겠습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게이샤를 크게 4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합니다.


a. 게이샤 1500

에스메랄다 게이샤 1500

에스메랄다 여러 농장에서 나는 고도 1500 근처의 게이샤를 수집해 만듭니다. 게이샤 스러운 맛을 가지지만 가장 낮은 등급이라 맛의 차이가 납니다. 국내에서 대략 1kg에 10만원 초반에 판매됩니다.


b. 프라이빗 컬렉션

에스메랄다 프리이빗 콜렉션

재배 고도 1600 이상의 게이샤를 수집해 만듭니다. 고도의 차이로 품질이 조금 더 좋습니다. 자스민 꽃 향과 과일향이 잘 살아납니다. 국내에서 대략 1kg에 15~20만원에 판매됩니다.


c. 스페셜 컬렉션

에스메랄다 스페셜 컬렉션

마이크로랏으로 특별 관리되며 여러농장의 것을 섞지 않고 단일 농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만들어집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에스메랄다 게이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커핑점수로 품질이 높은 것을 골라 더 높은 등급으로 보냅니다. 국내에서 대략 1kg에 30~40만원에 판매됩니다.


d 스페셜 옥션

에스메랄다 스페셜 옥션

흔히 에스메랄다 옥션랏이라 부르며 특별히 관리됩니다. 실제로 옥션에 출품되어 낙찰가를 받게 됩니다. 이것이 궁극의 에스메랄다 게이샤라 부를 수 있습니다. 요기서부터는 낙찰가 별로 꽤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업체도 꽤 참가해서 낙찰을 받아오는데 대략 500g에 150~200달러에 낙찰 받습니다. 이렇다는 얘긴 국내에서 대략 1kg에 최소 50~70만원에 판매 되겠죠? 아니 판매한다기 보단…이게 뜨면 누가 사가는지 금방 없어집니다.^^

 

세상에 그 많은 게이샤는 다 어디서 왔을까?

분명 파나마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게이샤 커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하나의 농장에서 나오는 게이샤가 전세계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세상엔 정말 게이샤가 많기도 하다.

게이샤 커피 열매

그렇다면 그 게이샤 커피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1. 에스메랄다에서 다른 농장으로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명성을 얻고 난 뒤 인근 농장에서도 게이샤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정확하게는 에스메랄다 농장에만 이 게이샤 품종이 심어졌던것은 아니다. 파나마 지역의 여러 농장에서 커피 녹병에 강하다는 이 품종을 이미 심었던 것이다. 다만 에스메랄다 농장과는 재배 조건이 다르다보니 그 맛과 성질도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에스메랄다 농장

암튼 파나마의 유명 농장에선 하나 둘씩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이른다. 이중엔 에스메랄다 농장에게서 종자를 기증 받은 곳도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농장도 있었다. 파나마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지도 이 게이샤 품종을 받아와 자신들의 농장에 심었다. 그래서 시중에는 세계 각국의 게이샤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이식된 게이샤 중엔 정말로 에스메랄다 농장이 출처인 것이 있고 어디서 온건지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워낙 수요가 많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터라 너도 나도 게이샤를 재배했다. 동일한 원종이라 할지라도 심어 지는 곳의 고도와 기후, 기타 주변 떼루아의 영향으로 그 성질과 맛이 달라 지게 된다. 결국 아종과 변종이 생기게 되었고 어떤 게이샤는 이름만 게이샤로 아주 멀찌감치 가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파나마 게이샤의 본래 품종명인 T2722라는 넘버가 없다면 그 출처를 의심해 봐야 한다. 과테말라나 콜롬비아에서 판매되는 게이샤는 T2722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참고로 레전더리 게이샤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종자를 넘겨받았다.) 이건 파나마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게 게이샤입니다.’ 하려면 이 T2722란 숫자가 중요하다.

 

2. 게이샤빌리지

한가지 다른 게이샤의 흐름은 에티오피아에 있다. 본래 게이샤의 원종은 에티오피의 고리게샤 숲에서 온 것인데 이것이 파나마로 가 유명해 졌다. 다시 이 유명해진 게이샤를 에티오피아에 옮겨 심어 생산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 유명한 예가체프 아바야 게이샤 등도 이런 경우다. 기본적으로 맛과 성향이 파나마 게이샤의 그것과 닮아있다. 하지만 좀 다르다.
여기까지는 과테말라나 콜롬비아 사례와 비슷한데 에티오피아에서만 할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작업이 있다.

파나마 게이샤가 명성을 얻자 그 수요가 폭발 했고 2004년에 그 맛을 처음 보고 감동한 Willem Boot는 그 파나마 게이샤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의 어느 숲으로 떠나게 된다. 게이샤 원종이 처음 발견 되었던 건 1931년 에티오피아의 고리게이샤 숲 에서 였다. 다시 그곳을 찾은 Willem Boot는 숲을 뒤져 게이샤와 유전적인 정보와 성향 맛까지 유사한 몇가지 품종을 찾아낸다. 그중에 파나나 게이샤와 가장 유사한 것을 종자개량을 거쳐 ‘게이샤 1931’로 이름 지었고 또 다른 유사한 품종을 ‘고리게이샤’로 이름 지었다. 그는 동업자들과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농장을 세웠고 ‘게이샤빌리지’라 이름 지었다.

게이샤 빌리지

현재도 이 ‘게이샤빌리지’에선 ‘게이샤 1931’과 ‘고리게이샤’, 그리고 ‘일루바버루 게이샤’ 등을 주로 재배한다.

얼마전에 로스팅해서 같이 누어었던 게이샤는 바로 이 게이샤빌리지 ‘세와지바부’ 지역에서 재배된 게이샤 품종이다. ‘세와 지바부’ 게이샤는 최고의 게이샤는 아닐지라도 그 화려함과 플로럴한 느낌이 게이샤의 향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쇼핑몰을 검색해 보면 게이샤가 아주 싼 가격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짝퉁게이샤라고 색안경쓰고 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것은 큰 의미 없는 일인것 같다. 게이샤는 진짜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짜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마의 진짜 게이샤가 원종은 에티오피아에서 온것처럼 원래 출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이 자라는 환경 만큼 중요한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게이샤의 역사와 스토리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전해준다.

우리가 마시는 게이샤가 일본의 게이샤가 아니지만 우리가 게이샤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출처 : 파나마 게이샤 커피 이야기(2) - 알마즌커피 (almazncoff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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